옷 쓰레기 1년에 80만톤 쏟아져...재활용 체계 마련 시급
패스트 패션 열풍이 남긴 그림자가 생각보다 크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폐의류의 국내 재활용 체계 구축 방안 연구'에서 국내 폐의류 처리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며, 조속히 재활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매년 약 80만 톤의 옷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 가운데 30만 톤가량은 중고의류 형태로 해외에 수출되지만, 값어치가 떨어지는 물량은 현지에서 소각되거나 매립돼 환경오염과 건강 문제를 낳고 있다.
국제사회가 중고의류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여서 국내에서 자체 처리해야 할 양은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내 폐의류 수거·처리 체계가 민간업체에 거의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의 관리 시스템은 미흡해 수거량과 처리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일부 지자체가 조례를 두고 있지만 수거함 관리나 불법 투기 방지 등 최소한의 조치에 그치는 수준이다.
KEI 연구진은 해결책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을 제시했다. 의류를 만든 기업이 판매 이후의 회수와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가 시행 중이며, 국내에서도 전자제품·포장재 등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의류 분야는 아직 회수 통계가 불명확하고 소재별 선별 기술도 초기 단계라 즉각 적용은 어렵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Pre-EPR’ 모형을 제안했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시범적으로 의무량을 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기반을 마련한 뒤, 점차 회수·운송업자까지 포함하는 체계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주문솔 KEI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저개발국에 의존하는 폐의류 처리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회수·재활용할 수 있는 순환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