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이려다 가로수 잡는다”... ‘제설제 독성’ 왕벚나무 생존율 33%까지 뚝
겨울철 보행자 안전을 위해 도심 곳곳에 살포되는 제설제가 가로수의 생존을 위협하는 ‘침묵의 살인자’로 지목되면서 제설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제설제 피해는 강설 직후가 아닌, 수개월이 지난 뒤 식물의 생장기에 서서히 발현되는 특성이 있어 관리 당국이 원인을 간과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김용관)은 최근 전국적인 강설로 인해 가로수 고사를 유발하는 염화물계 제설제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도심 생태계 보호를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3일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수행한 정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설제 피해를 본 이팝나무 잎의 염소 성분 농도는 정상적인 나무보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39배까지 높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과도한 염분이 식물 체내에 축적되면 초봄에 잎눈이 말라 정상적인 개엽이 불가능해지며, 성장이 채 이뤄지지 않은 어린 개체들의 경우 고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확인되고 있다.
수종별로 나타나는 피해 양상도 치명적이다. 왕벚나무의 경우 염화칼슘 10%를 처리했을 때 생존율이 33%까지 급격히 하락했으며, 늦봄부터 잎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타들어 가는 갈변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도심 환경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은행나무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늦여름 이후 잎 끝부분부터 갈변이 시작되는 누적 피해가 공통적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가로수 수난의 핵심 원인으로는 제설제가 섞인 눈을 가로수 보호 틀이나 주변 화단에 쌓아두는 잘못된 관행이 꼽힌다. 제설제가 녹아든 눈더미가 가로수 아래 적치되면서 염분이 토양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이는 뿌리의 수분 흡수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식물 조직 자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도시숲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 실효적인 제설제 살포 방식 개선안을 제시했다.
우선 제설제 살포 시 가로수와 최대한 거리가 떨어진 보도 중앙부를 위주로 살포하고, 제설제가 혼합된 눈을 가로수 아래에 쌓아두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키가 작은 관목류 가로수 주변에서는 제설제가 잎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염화칼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모래와 같은 마찰제를 적극적으로 혼합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김선희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제설제는 도시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가로수의 생존과 도시 경관을 동시에 위협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며 “시민 안전과 도시숲의 가치를 동시에 지켜내기 위해서는 제설제 살포 방식에 대한 전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