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야생동물 어디로 갔나…적발 뒤 ‘추적 시스템’ 없었다
해외에서 몰래 들여온 거북과 도마뱀, 악어 등 야생동물이 국내에서 불법으로 거래된 뒤 버려지거나 탈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세관에 적발된 야생동물 밀수만 최근 6년여 동안 150건을 넘었고, 불법 사육이나 유기 등으로 국립생태원에 넘겨진 야생동물은 1500마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야생동물 밀수입 적발은 모두 158건이었다.
이는 세관 단속 과정에서 확인된 건수다. 적발되지 않은 채 국내로 반입돼 음성적으로 거래된 야생동물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게 박 의원 측 설명이다.
밀수·불법사육·유기로 생태원 온 야생동물 1524마리
밀수된 야생동물은 국내로 들어오는 데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특이한 반려동물로 키우기 위해 구입했지만 예상보다 사육이 어렵거나 몸집이 커지면서 버려지는 경우가 있다. 사육시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동물이 탈출하는 일도 발생한다.
국립생태원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밀수와 불법 사육, 유기 등의 이유로 생태원에 들어온 야생동물은 1524마리에 달했다. 이 역시 국립생태원이 실제 인계받은 개체만 집계한 숫자다.
최근에는 야생동물을 조직적으로 들여와 판매한 사례도 적발됐다.
검찰은 지난 8월 6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밀수한 뒤 전국 주택가 등에 유통한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 측은 앞서 경기 여주에서 발견돼 논란이 됐던 샴악어 역시 이 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야생동물을 밀수하려다 붙잡힌 사례도 확인됐다.
박 의원실이 ADM캐피털재단(ADMCF)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인 2명이 홍콩국제공항에서 거북 36마리와 도마뱀 8마리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 44마리를 밀수하려다 현지 세관에 적발됐다. 이들은 홍콩 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적발 뒤 어디로 갔나…관리 기록은 ‘빈칸’
문제는 밀수 동물을 적발한 이후다.
관세청은 야생동물 밀수 ‘적발 건수’를 통계로 관리하고 있지만 동물이 발견됐을 당시 건강 상태와 이후 조치, 임시 보호 장소, 다른 기관으로 넘겨질 당시 상태 등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수된 동물이 적발된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보호되고 있는지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반입은 단순한 동물복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 생물이 국내 자연에 방사되거나 버려지면 토종 생물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외래종이 될 수 있다. 사람이나 가축에 감염병을 옮길 가능성도 있어 검역과 공중보건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박 의원 측은 반려 목적으로 사육할 수 있는 야생동물의 범위를 정하는 이른바 ‘백색목록’의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경우 유기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잡고 끝이 아니라 밀수부터 사후관리까지 추적해야”
박 의원은 외래 야생동물 정책을 문제가 생긴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국내 반입 단계부터 차단하는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청과 기후에너지환경부, 검역 당국 등이 정보를 공유해 밀수와 불법 유통을 함께 추적하고, 판매 과정에서는 구매자에게 해당 동물의 성장 크기와 수명, 사육 난이도, 위험성 등을 충분히 알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밀수와 유기에 대한 단속·처벌 강화도 주문했다. 특히 지난 8월 11일 국회 질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답변한 내용을 거론하며 야생동물 밀수에도 마약 밀수에 준하는 강도 높은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야생동물 밀수와 무책임한 유기는 동물 복지 문제와 더불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대한민국 생태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주무 부처들은 유기적인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밀수 차단부터 사후 관리까지 촘촘한 안전망을 마련하는 등 책임 있는 정책적 대안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야생동물 밀수와 유기 과정에서 드러난 관리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관련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