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찌꺼기, 고양이 모래로 변신한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 분쇄된 커피 원두. 커피를 추출하고 나면 커피 찌꺼기만 남는다.
[픽사베이]

버섯 재배하고 남은 폐배지가 포장재로, 감귤껍질이 자동차 시트용 가죽으로, 커피찌꺼기가 고양이 화장실 모래로 바뀐다면 믿을 수 있을까. 환경부가 이런 ‘업사이클 실험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규제 문턱을 잠시 낮췄다.

환경부는 4일 서울 중구 엘더블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순환경제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농업 부산물과 커피박, 도축잔재물 등을 활용한 7가지 신기술·서비스에 ‘순환경제 규제특례(샌드박스)’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 기간, 특정 장소에서 새로운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다. 실험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이 입증되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번에 선정된 7건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이디어들이다. 먼저 버섯폐배지를 포장재와 완충재로 변신시키는 기술, 감귤껍질과 선인장 잎으로 ‘비건 가죽’을 만드는 시도, 커피찌꺼기에 기저귀 생산 부산물을 섞어 고양이 배변용 모래를 제조, 맥주박과 쌀겨를 화장품 원료로 바꾸는 업사이클, 도축장에서 나오는 돼지 내장·털까지 활용해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높이는 실험 등이다.

지금까지는 법 때문에 이런 시도가 막혀 있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기물은 정해진 용도(사료, 비료, 연료 등) 외에는 재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특례 덕분에 기업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김고응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재활용 기술을 실제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규제특례의 역할이 크다”며 “산업계가 도전과 혁신을 펼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커피 찌꺼기 고양이 모래’ 같은 기발한 실험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성공한다면 환경도 살리고 산업도 키우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