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 속 호랑이, 이제는 ‘멸종위기 Ⅰ급’으로

호랑이
[국립생태원]

전래동화에서 곶감을 무서워하던 호랑이가 이번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익숙한 상징이지만, 정작 남한의 숲에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동물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호랑이를 7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호랑이는 식육목 고양이과에 속하는 대형 포유류다. 전체 아종은 9종으로, 이 가운데 카스피호랑이, 자바호랑이, 발리호랑이 등 3종은 이미 멸종했다. 현재 남아 있는 아종은 벵갈호랑이, 아무르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 인도차이나호랑이, 말레이호랑이, 남중국호랑이 등 6종이다.

한반도에 살던 호랑이는 아무르호랑이다. 몸길이는 140~280㎝, 꼬리 길이는 90~110㎝에 이른다. 체중은 100~250㎏까지 나간다. 한마디로 숲속에서 마주치면 ‘고양잇과’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거대한 포식자다.

외모도 강렬하다. 황갈색 몸 위로 검은 줄무늬가 선명하고, 배 쪽은 흰색을 띤다. 꼬리에는 검은 고리 모양 무늬가 이어진다. 표범이 점무늬라면 호랑이는 줄무늬다. 자연이 만든 위장복인 셈이다.

생활 방식도 왕답다. 호랑이는 넓고 울창한 산림을 주 서식지로 삼고 계곡이나 하천 주변 숲도 자주 이용한다. 멧돼지와 사슴류 등을 사냥하며, 수컷의 행동권은 약 1,400㎢, 암컷은 약 400㎢에 달한다. 나무에 발톱 자국을 남기거나 분비물을 뿌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더 이상 흔적을 찾기 어렵다. 과거에는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지만, 남한에서는 1924년 강원도 횡성에서 포획된 것이 마지막 기록이다. 북한 함경도 지역에는 소수 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외에서는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지역 등이 아무르호랑이의 주요 서식지로 꼽힌다.

호랑이가 사라진 배경에는 남획과 서식지 훼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호랑이는 서식지 파괴, 먹이원 감소, 인간 활동과의 충돌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숲의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종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먹이사슬과 생태계 균형이 함께 흔들린다는 뜻이다.

호랑이는 남한에서 발견되지는 않지만 법적 보호 대상이다. 호랑이와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호랑이를 7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하며 멸종위기종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호랑이는 이제 무서운 맹수라기보다,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 남긴 흔적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이야기 속 동물이자 한반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과제는 ‘호랑이를 기억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사라진 숲의 왕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 곁의 다른 야생생물은 안전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