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보호 50년, 미래세대 위협" 청년들, 미국 정부 기후 책임 묻다
미국 정부가 지난 수십 년간 화석연료 산업을 보호·지원해 온 행위가 국제 인권법을 위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미국이 자국민, 특히 미래세대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했다며 국제 인권기구에 공식 청원을 제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지난 25일 보도에 따르면, 21명의 청년 활동가 중 15명은 지난 23일 미주인권위원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지난 50년간 화석연료 이익을 보호하면서 국민, 특히 청년 세대를 위험에 빠뜨려 왔다”며 “이는 국제적으로 위법한 행위로 미국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청원은 과거 미국 연방법원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요구한 ‘줄리아나 대 미국(Juliana v. US)’ 소송을 이끌었던 활동가들이 다시 목소리를 모은 것이다. 줄리아나 소송은 지난해 사실상 각하됐지만, 이번 청원은 국제 인권 체계 안에서 다시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시도다.
청원에 참여한 18살 레비(Levi)는 플로리다주 인디알랜틱 장벽섬에서 자랐다. 그는 “위험한 허리케인이 반복되면서 가족은 결국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폭풍 피해로 학교가 영구 폐쇄되던 순간은 가장 힘든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청원서에는 미국 정부가 생명권, 건강권,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는 미주인권선언(Declaration on the Rights and Duties of Man)이 보장하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와 평등권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번 제소는 최근 미주인권재판소(I/A Court HR)가 기후 위기가 “특히 취약계층에 비상한 위험을 안긴다”며 각국이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밝힌 권고 의견과도 맞물린다. 비록 미국은 해당 재판소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국제 인권 기구들이 법 해석에 이를 참고할 수 있다.
청년 활동가들을 대리하는 비영리 법률단체 ‘아워 칠드런스 트러스트(Our Children’s Trust)’의 켈리 매서슨 부국장은 “이번 청원은 진실과 책임을 묻는 과정”이라며 “우연히 시점이 맞았지만, 우리는 이미 이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청년들의 청원에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시도가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인권 침해 사안으로 다루려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