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북극’의 종말…그린란드 초고위도서 녹화 현상 가속

자주범의귀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가 지구 최북단, 북위 82도 그린란드 북부에서 급격히 진행 중인 ‘북극 녹화(Greening)’ 현상을 확인하고 초고위도 지역에서도 복잡한 토양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밝혀냈다.

‘녹화’란 기후변화로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식생이 확장·밀집돼 지표면이 점점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위도 80도 이상의 지역은 접근이 어려워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극지연구소 김민철 박사 연구팀은 2022년 북극점에서 약 800km 떨어진 그린란드 시리우스 파셋(Sirius Passet)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식생 발달 양상과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나도수영, 북극버들 등 7종의 우점 식물과 이들의 뿌리 주변에 공생하는 다양한 미생물 군집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한 이 미생물을 먹이로 삼는 선충류와 버섯형 곰팡이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북위 80도 이상 초고위도 북극에서도 기능적으로 연결된 ‘토양 먹이그물(soil food web)’이 실질적으로 발달해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북극버들
[극지연구소]

김민철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지구에서 가장 척박한 지역에서도 토양 생명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여름철 비교적 따뜻한 토양 온도와 녹은 눈·얼음이 공급하는 수분이 맞물리며 토양 생태계가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북극권 대기-동토-피오르드·연안 대상 빅데이터 기반 기후환경변화 대응 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환경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Microbiome 2025년 9월호에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기후변화로 북극은 더 이상 하얀색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 됐다”며 “과학자의 시각으로 이 변화의 핵심을 정확히 읽고 미래 북극 생태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