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연간 9.46톤 탄소 배출, 주거·소비·교통이 대부분

광화문 광장을 걷는 사람들
[픽사베이]

한국인이 일상 속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1인당 연간 평균 9.46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협정이 요구하는 ‘1.5℃ 기후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선 2050년까지 0.7톤으로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현재의 탄소발자국은 지구의 수용능력을 훨씬 넘어선다.

녹색전환연구소가 19일 발표한 ‘1.5℃ 라이프스타일 1년의 기록과 전망’ 보고서는 생활영역별 배출 실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1만3천962건의 시민 데이터 가운데 정제된 7천901건을 분석한 결과, 주거(3톤)·소비(1.95톤)·교통(1.95톤)·먹거리(1.47톤) 순으로 배출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가, 소득별로는 고소득층이 가장 높은 배출량을 기록했다. 남성은 교통·먹거리, 여성은 소비·주거에서 더 많은 탄소를 남겼다. 배출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비행기 탑승 시간과 주거 면적이었다. 여기에 내연기관차 이용, 외식·여행 빈도, 의류 구매가 뒤를 이었다.

“2050년 0.7톤, 갈 길은 멀다”

보고서는 전 세계 인류가 2050년까지 1인당 연간 배출량을 0.7톤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간 목표도 만만치 않다. 2030년엔 2.5톤, 2040년엔 1.4톤을 지켜야 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지만, 현재 평균 9.46톤과의 격차는 너무 크다. 연구소는 현실적 목표로 2030년까지 6톤을 제시했다. 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보조를 맞춘 수치다.

[녹색전환연구소]

“기술만으로는 불가능, 제도가 뒷받침돼야”

서울·대구 등 10개 지역에서 진행된 ‘1.5℃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 실험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600명 이상이 참여해 대중교통 이용, 채식 식단, 불필요한 소비 감축 등을 시도했고, 일부는 연간 3톤 이상의 배출을 줄였다. 그러나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지속이 어렵다는 한계도 뚜렷했다. 농촌이나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는 자가용 이용을 줄이기 어려웠고, 채식 선택권도 제한적이었다.

보고서는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정의로운 소비공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과 지역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도 필요하다. 고소득층에겐 탄소세와 소비 제한, 저소득층에겐 접근성 보장과 삶의 질 향상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양식 전환, 함께해야 지속된다”

여미영 연구원은 “1.5℃ 라이프스타일은 개인이 혼자 꾸려갈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가족·지역·공동체와 함께할 때 지속 가능하고 강력한 변화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연합(EU)의 ‘1.5℃ 라이프스타일 프로젝트’를 참고했다. 핀란드, 독일, 헝가리 등 7개국에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기술적 해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정책·제도와 시민 실천이 맞물릴 때만 기후위기 대응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한국인의 생활양식이 남기는 9.46톤의 탄소 그림자. 그 무게를 줄이기 위해선 ‘나 하나의 노력’만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전환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