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피해, 산림청 발표보다 넓은 11만6천ha
시민사회와 학계가 정부가 외면한 경북 초대형 산불의 피해 규모와 원인 규명에 나섰다. 위성영상 1차 분석 결과, 피해 면적은 산림청 발표보다 훨씬 넓은 11만6천여ha로 드러났다.
불교환경연대, 안동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은 부산대학교 홍석환 교수와 함께 11일 오전 불교환경연대 그린담마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산불 피해확산 원인조사 프로젝트’ 착수와 1차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3월 영남권을 휩쓴 산불은 31명이 숨지고 주택 4천여 채가 전소되는 등 1조1천억 원이 넘는 피해를 남겼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과학적 원인 조사나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산림청은 긴급벌채, 임도 조성, 조림사업 등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산불피해 주민 지원은 터무니없이 부족한데 산림청은 막대한 예산을 산림사업에 쏟아붓고 있다”며 산림청과 산림카르텔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산림청은 기후위기 탓만 하지만, 가까운 일본·중국·북한은 산불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조림과 임도 등 산림청 예산만 늘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환경단체와 연구자가 시민과 함께 산불 원인을 직접 규명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홍석환 부산대 교수를 비롯해 황정석 산불정책연구소 소장, 기경석 상지대 교수, 염정헌 강릉원주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연구진은 현장조사와 위성영상 분석을 통해 산불 확산 원인과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예정이다.
특히 산림청의 숲가꾸기 정책이 소나무 단순림을 확산시켜 대형 산불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는 점을 집중 분석한다.
이날 발표에서 홍석환 교수는 “산불 피해 면적은 산림청 공식 발표치인 99,289ha보다 넓은 116,333ha로 나타났다”며 “산림청이 초기 발표에서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이후에도 10만ha를 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밝혔다.
또 “수관까지 불탄 지역은 대부분 소나무림이었으며, 이는 숲가꾸기 정책으로 낙엽활엽수가 제거돼 숲의 식생 구조가 왜곡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올해 말까지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내년 2월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이번 연구가 건강한 산림으로의 생태적 전환을 이끄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