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거목’ 탄생…홍릉숲 노블포플러 38.97m

서울 도심 한복판 홍릉숲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김용관)은 라이다(LiDAR)와 드론을 활용해 홍릉숲 내 노블포플러의 높이를 정밀 측정한 결과, 38.97m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이는 그동안 국내 최고 높이로 알려졌던 용문사 은행나무(38.80m)보다 약 17cm 더 높은 수치다.

도심 속 39m 거목, 홍릉숲의 상징으로

노블포플러는 버드나무과 포플러속(Populus) 식물로, 유럽포플러와 북미포플러를 교잡해 만든 이태리포플러(Populus euramericana)의 재배종이다. ‘노블(Noble)’이라는 이름처럼 크게 자라는 특성을 지녔으며, 1975년 한일 협력사업으로 국내에 도입돼 홍릉숲 제1수목원에 심겨졌다.
이후 50년 동안 빠른 속도로 자라 지금은 도심에서 보기 드문 수직적 경관을 형성하며 홍릉숲의 대표 상징목으로 자리잡았다.

“1,000년 은행나무와 어깨 나란히”

노블포플러의 나이는 50여 년으로, 용문사 은행나무(수령 약 1,100년)에 비하면 ‘젊은 나무’에 속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성숙한 국내 산림의 키 큰 나무가 20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노블포플러는 평균보다 15m 이상 더 자란 초장수형 속성수(速成樹)로 평가된다.
도심 내 공기·토양 조건, 주변 숲의 관리 환경이 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기술로 본 나무의 성장

이번 측정은 라이다(LiDAR)와 드론 항공 촬영을 결합해 나무의 실제 수고(樹高)를 정밀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존의 육안·수동식 측정보다 오차가 적고, 나무의 전체 수형을 3차원 데이터로 복원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박찬열 센터장은 “홍릉숲 노블포플러의 크기와 성장 속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만큼,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앞으로 라이다를 활용해 성장 추이와 환경 변화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릉숲은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숲으로, 일제강점기부터 산림시험장이 자리한 이래 120년 넘게 산림과학 연구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이번 노블포플러의 측정은 도시숲 내 생물의 성장과 환경 변화를 과학적으로 기록한 첫 사례로, 향후 도심 수목 관리 및 기후변화 대응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