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뜨거움 식히려 하루 200만 리터 ‘꿀꺽’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를 떠받치는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적으로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력과 물 사용량이 급증하며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력 소비, 국가 단위와 맞먹어
녹색전환연구소 'AI 시대,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관리방안: 국내 기업의 현주소와 과제'(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3년 대비 2.6배로 늘고, 전체 전력 사용량의 최대 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약 19%는 AI 서비스 때문일 것으로 분석됐다.
즉, 지금은 작은 서버실처럼 보이는 데이터센터가 머지않아 한 나라의 전력 소비를 잠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 사용, ‘보이지 않는 갈등’
AI 연산에 쓰이는 GPU 서버는 열을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에 냉각용 물 사용이 필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0MW급 데이터센터가 하루 200만 리터의 물을 증발시킨다고 추산한다. 이는 6,500가구가 하루 동안 쓰는 물과 맞먹는다. 실제로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구글 데이터센터의 연간 물 사용량(10억 리터)을 둘러싸고 지역 농가와 법정 다툼까지 벌어졌다.
국내 기업의 경우 물 사용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WUE)를 제대로 공개하는 곳은 드물다. 카카오만 해당 지표를 도입했지만 수치는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WUE 0.30L/kWh, 아마존은 0.15L/kWh를 공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숨겨진 영역 많아
네이버, 카카오 등 일부 기업은 자체 데이터센터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지만, 임대 형태로 운영되는 클라우드 센터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네이버는 자사 데이터센터 배출량보다 네이버클라우드 배출량이 1.8배 더 많은데, 이런 수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부록에만 ‘작게’ 실려 있다.
해외는 ‘투명 공개’, 국내는 ‘부족’
구글·메타·애플 등은 지역별 전력 사용량까지 공개하는 반면, 국내 기업 중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공개하는 곳은 LG CNS 한 곳뿐이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들이 AI 혁신만 강조할 뿐, 환경 영향 관리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필요한 대책은?
녹색전환연구소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데이터센터 입지의 환경 기준 명확화(PUE, WUE 등) ▲폐열 활용 ▲정보 공개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안했다. 무엇보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했다고 환경 영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