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3년 카운트다운…'박찬대 시정'은 준비됐나
인천시청 앞에 설치된 ‘기후위기 시계’가 23일 0시를 기해 ‘3년’을 가리킨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탄소예산이 현재 배출 속도로 약 3년 뒤 소진된다는 경고다. 기후위기 시계는 일정한 기후정책의 마감 시한이라기보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남은 탄소예산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22일 논평을 내고 “기후위기 시계가 가리키는 3년은 책임을 미룰 시간이 아니다”라며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박찬대 인천시장에게 에너지 전환 계획을 조속히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달 1일 민선 9기 인천시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환경단체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영흥석탄화력발전소의 감축·폐쇄 계획이다.
인천은 영흥석탄화력과 서구 지역 가스발전소를 통해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해 왔다. 이 때문에 인천의 발전시설 개편은 지역 환경정책을 넘어 수도권 전체의 전력 공급과 에너지 전환 문제로 연결된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영흥화력의 발전량을 줄이거나 폐쇄한 자리를 액화천연가스 발전이나 소형모듈원전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해 오랫동안 석탄화력의 피해를 감당해 온 영흥에 다시 핵발전소를 들이겠다는 것은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지역에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했다.
인천시가 영흥화력의 감축·폐쇄 일정을 명확히 제시하고 소형모듈원전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소 축소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지역경제 침체를 겪을 수 있는 노동자와 주민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도 함께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서구에 밀집한 노후 가스발전소도 쟁점으로 꼽았다.
액화천연가스는 발전 과정에서 석탄보다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다.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까지 고려하면 장기간 의존할 수 있는 탄소중립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인천시가 노후 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용인할 것이 아니라 단계적인 감축과 폐쇄를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발전시설이 몰린 서구 주민들이 감당해 온 대기오염과 환경 부담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공건물과 학교, 공영주차장, 산업단지, 건물 지붕 등 이미 개발된 공간을 우선 활용해 태양광 설비를 늘리고, 시민과 지역사회가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해상풍력은 사업 속도보다 주민 참여와 생태계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입지 선정 단계부터 어민과 주민이 참여하고, 발전 수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력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건물과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시설의 수요를 관리해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기후위기 대응을 몇몇 부서의 개별 사업으로 다뤄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며 “박찬대 시정은 이를 시정 전체의 핵심 과제로 놓고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후위기 앞에서 지방정부의 책임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된다”며 “탄소중립을 구호로 남기지 말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