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속에 ‘암벽의 영웅’ 산양, 다시 백두대간을 달리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한반도 산림생태계를 대표하는 초식동물 ‘산양’을 11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산양은 이름에 ‘양’이 들어가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소과(牛科)에 속하는 중형 포유류다. 몸길이 105~130cm, 체중 25~35kg 정도로 회갈색 털에 이마·뺨·가슴·꼬리 안쪽의 흰 털이 선명하다. 깊게 갈라진 발굽 덕분에 가파른 절벽과 바위 지형을 민첩하게 오르내릴 수 있어 ‘암벽의 영웅’이라 불린다.
산양은 높은 산악지대에 주로 서식하며, 수컷은 단독 생활을, 암컷과 새끼는 2~3마리 무리를 이뤄 지낸다. 겨울에는 계곡 아래로 내려와 여러 무리가 함께 생활한다.
한때 전국적으로 흔했던 산양은 산업화와 무분별한 포획으로 서식지가 급격히 줄었다. 특히 1964년 겨울 폭설로 개체군이 대량 폐사하면서 멸종 위기에 몰렸다. 이후 1968년 국가유산청이 천연기념물로, 1998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복원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2007년부터 월악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산양 복원 사업을 추진해 22마리를 방사했다. 이후 2024년 기준 최소 183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돼 안정적인 개체군이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산양의 서식 범위는 월악산을 넘어 강원도 고성에서 경북 경주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확장됐다. 이는 “제한된 지역에 머물던 산양이 더 넓은 생태계로 퍼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생태 신호”라고 환경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기후위기의 그늘은 여전하다. 최근 겨울철 폭설이 잦아지면서 먹이 확보가 어려워지고, 무리가 눈 속에 고립돼 폐사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산양을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은 허가 없이 포획하거나 훼손할 경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5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산양의 생태와 서식지 현황 등 자세한 정보는 국립생태원 누리집(nie.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