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법정에서 제동 걸렸다…기후 소송이 정책을 멈췄다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법원에서 그린워싱과 기후 책임을 둘러싼 소송이 잇따라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법적 대응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는 12월 31일 보도에서, 올해 전 세계에서 나온 주요 기후 소송 판결 가운데 13건의 의미 있는 승소 사례를 정리했다. 판결의 공통점은 기업과 정부가 내세운 ‘친환경 주장’이 실제 행동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불법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주요 소송은 다음과 같다.
① 영국 북해 석유·가스 개발 승인 ‘불법’ 판결
스코틀랜드 법원은 영국 정부가 북해의 로즈뱅크(Rosebank)·잭도우(Jackdaw) 유전 개발을 승인한 것이 배출 평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불법으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24년 사라 핀치(Sarah Finch) 캠페인이 제기한 기후소송에 기반한 것으로, 같은 법원은 잉글랜드 북서부의 석탄광 개발 허가도 취소했다.
② 브라질 최대 석탄발전소 계획 철회
남부 리우그란지두술주에서 추진되던 브라질 최대 규모의 석탄발전소 및 광산 계획이 법적·시민 압박 속에서 철회됐다. 환경단체들은 프로젝트가 브라질의 기후 의무를 위반했고 허가 과정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라이선스를 정지시키자 석탄회사 코펠미(Copelmi)가 결국 계획을 포기했다.
③ 독일 농민, 빙하 융해로 인한 피해 소송
독일에서는 페루 농부 사울 루시아노 리유야가 독일 에너지기업 RWE를 상대로 빙하 융해로 인한 홍수 피해의 일부 비용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직접 승소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기후 피해에 대한 기업 책임 소송의 가능성을 보여준 판례로 평가된다. 이후 파키스탄 농부들이 독일 내 오염 기업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시작했다.
④ 에너지 오스트레일리아, 그린워싱 소송 합의
호주에서는 에너지기업 EnergyAustralia가 그린워싱 소송을 일리법 위반으로 인정하고 합의했다. 호주 소비법 위반 소송에서 회사는 탄소 오프셋이 실제 배출을 상쇄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40만 명의 고객에게 사과했다. 이는 탄소중립 마케팅에 대한 첫 번째 법적 인정 사례로 평가된다.
⑤ 국제 법원, 기후권 관련 자문 의견 발표
지난 7월에는 미주인권재판소(Inter-American Court of Human Rights)가 건강한 기후는 인간의 권리이며, 국가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국제사법재판소(ICJ)도 기후 시스템에 해를 끼치는 것을 예방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며, 국가가 보상과 구제 조치를 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⑥ 호주 NSW 탄광 확장 허가 취소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한 법원은 확장 예정이던 대규모 탄광 프로젝트의 승인을 취소했다. 계획 승인 과정에서 ‘범위 3(scope 3)’ 배출(연료가 연소될 때의 배출)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⑦ 애플·JBS·타이슨, 그린워싱 주장 제한
독일 법원은 애플이 일부 제품을 ‘탄소중립’이라고 광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프셋 기반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미국 뉴욕에서는 브라질 육류기업 JBS USA가 110만 달러 합의하며 친환경 마케팅을 수정하고 연간 보고를 약속했다. 타이슨푸즈도 2050 넷제로 목표 표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⑧ 하와이 ‘교통 배출제로’ 계획 이행
13명의 청년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하와이주는 도로·해상·내륙 항공의 온실가스 배출을 2045년까지 제로로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전기차 충전기 확대, 대중교통 투자, 토착림 재조림 노력이 포함됐다.
⑨ 케냐 석탄발전소 허가 철회
케냐 남부 라무(Lamu)에서 승인된 석탄발전소 허가가 철회됐다. 법원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공개 참여가 부족하고 기후 변화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⑩ 영국 정부 ‘탄소중립 로드맵’ 수정
영국 법원은 기존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새로운 기후 계획을 발표하도록 압박했다. 이 법적 압박은 기후 전략 로드맵과 정책 강화로 이어졌다.
가디언은 기후 소송의 성격이 ‘상징적 문제 제기’에서 ‘실질적 정책·경영 변화 강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원이 기업의 광고 문구와 장기 경영 전략,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기후 목표 간의 정합성을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후 행동을 늦추거나 책임을 회피해 온 기업과 정부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판결 이후 광고 문구를 수정하거나, 기존의 ‘탄소중립’ 선언을 철회하고 보다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신규 화석연료 개발과 관련한 환경·기후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은 “2025년은 기후 소송이 주변부 이슈가 아니라 기후 정책과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은 해”라고 평가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