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발 닮은 첫잎…이름도 신기한 ‘서울개발나물’

서울개발나물
[환경부]

서울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식물이 있다. 이름도 특별한 ‘서울개발나물’이다. 현재는 경남 일부 지역에서만 자연 상태로 살아가는 귀한 식물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서울개발나물을 9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했다.

서울개발나물은 여러 해 동안 살아가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약 80~180㎝까지 자라 사람의 허리 높이를 훌쩍 넘기도 한다. 줄기는 곧게 자라고 속이 비어 있으며, 잎은 여러 갈래로 가늘게 갈라진다. 여름이 되면 줄기 끝에 작은 흰색 꽃들이 둥글게 모여 핀다.

주로 햇빛이 잘 드는 하천 주변 습지에서 살아간다. 봄에 줄기와 잎이 자라기 시작해 여름에 크게 성장하고, 7~9월에는 꽃을 피운다. 9~11월에는 작은 타원형 열매를 맺는다.

서울에서 사라진 뒤 44년 만에 다시 발견

서울개발나물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서울에서 처음 발견된 것과 관련이 있다. 뿌리가 감자개발나물과 비슷하고, 처음 싹이 날 때 나오는 잎이 개의 발 모양과 닮아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울개발나물은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다.

1967년 서울 구로구의 습지에서 채집된 것을 마지막으로 수십 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한 것이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왔다.

그러던 2011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립생물자원관이 경남 양산시의 습지에서 서울개발나물을 다시 찾아낸 것이다. 마지막 확인 이후 44년 만이었다.

과거에는 서울과 전남, 경남 등에서 살았다는 기록이 있지만 현재 자연에서 살아가는 서울개발나물은 경남 일부 지역에서만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 밖에서는 중국과 일본에도 분포한다.

서울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서울개발나물은 이제 서울에서도 다시 볼 수 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경남 양산시 원동습지에서 얻은 씨앗을 키워 서울개발나물 100개체를 증식했다. 이후 2024년 5월 이 식물들을 서울식물원 습지에 옮겨 심었다.

서울에서 사라진 지 수십 년이 지난 뒤, 사람들의 보호와 복원 노력으로 다시 서울에 뿌리를 내린 셈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개발나물이 살아가는 하천과 습지가 개발로 줄어들거나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갈대나 갈풀처럼 주변 식물이 너무 많이 자라는 것도 문제다. 키가 큰 식물들이 햇빛을 가리면 서울개발나물이 충분한 햇빛을 받지 못한다. 자랄 공간도 좁아져 생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습지를 지켜야 서울개발나물도 산다

서울개발나물을 보호하는 일은 식물 한 종류만 지키는 일이 아니다.

하천 주변 습지는 물고기와 곤충, 새, 다양한 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중요한 생태 공간이다. 습지가 사라지면 그곳에 기대 살아가는 여러 생물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서울개발나물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 허가 없이 함부로 뽑거나 훼손하거나 죽이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산책이나 생태 관찰을 하다 귀한 야생식물을 만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눈으로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한 뒤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이다. 예쁘다고 꺾거나 집으로 가져가는 순간, 그 식물이 살아갈 기회는 줄어든다.

44년 동안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 발견된 서울개발나물. 이 작은 식물이 다시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일은 우리 주변의 습지와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