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방치’…생태 관리할 국가유산 감리 인력 0명
국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 숲과 생태유산을 관리·감독할 전문 인력이 사실상 전무해, 수십 건의 보수·복원 사업이 방치되거나 비전문 인력에 맡겨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28일 국가유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가유산 감리업체 소속 인원 가운데 식물보호 자격자는 단 한 명도 없고, 보존과학 자격자도 1명에 그쳤다.
식물보호 분야는 숲·습지·자생식물 등 천연기념물의 생태를 관리하는 핵심 영역이다. 예컨대 병충해가 발생했을 때 방제 과정에서 생태적 기준이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지만, 전문 감리원이 없어 다른 분야 인력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감리가 이뤄지지 않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최근 3년간 보존과학·식물보호 분야에서 감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 44건 가운데 7건은 아예 감리업자가 없어 감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포함된 곳은 천연기념물 제65호 울주 목도 상록수림, 제160호 제주 산천단 곰솔 군락, 보물 제201호 경주 남산 탑곡 마애불상군 등 국가적으로 가치가 큰 자연·문화유산이다.
나머지 33건 역시 전문성이 없는 타 분야 감리원으로 채워졌으며, 아직 감리업자조차 선정하지 못해 발주가 이뤄지지 못한 사업도 4건 있었다.
현행 국가유산수리법 제59조는 감리를 하지 않은 발주자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지만, 인력 수급 자체가 불가능해 사실상 제도적 사각지대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정하 의원은 “국가유산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임에도 감리 의무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가 스스로 보존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가유산청은 인력 부족을 핑계로 불법을 묵인할 게 아니라 보존과학·식물보호 분야 인력 양성과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