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비판 잠재우려 하나”…산림청 ‘혁신위원회’에 쏟아지는 의구심
산림청이 대형 산불 참사 이후 산림정책 전환을 모색하겠다며 ‘산림정책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시민사회는 “보여주기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19일 시민사회·학계·전문가 26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산림 분야 현안을 논의하고 중장기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비판을 봉합하려는 장치일 뿐, 진정한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영남권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31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산림정책의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소나무 위주의 숲가꾸기와 벌채 중심 정책이 산불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산림청은 여전히 벌채와 인공조림 중심의 복구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고운사가 인공조림 대신 자연복원을 선택해 시민사회와 연구자들이 모니터링을 이어가는 등 현장에서 새로운 길이 모색되고 있는데, 산림청은 이런 목소리를 외면한 채 위원회를 일방적으로 꾸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위원회 구성에서도 산림정책 전환을 꾸준히 촉구해온 연구자와 단체는 배제됐고, 시민사회 몫은 5명에 불과하다.
더 큰 논란은 위원회 운영계획에 담긴 ‘대외 논쟁 봉합’이라는 표현이다. 단체들은 “비판을 수용하고 성찰하는 대신 불편한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23일 제주참여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불교환경연대 등 16개 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혁신은 비판을 잠재우는 데서 비롯되지 않는다. 산불 참사 앞에서 산림청은 먼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잘못된 정책과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산불 원인 규명과 정책 전환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전문가 제안을 진지하게 반영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지금처럼 보여주기식 위원회에 그친다면 산림청의 혁신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것”이라며 “불편한 비판을 외면하지 않고 경청할 때 비로소 산림정책의 실질적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