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은 여전히 예측 불가”…아라온호 90일 항해 뒤 귀환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90일간의 북극 연구 항해를 마치고 1일 광양항으로 돌아왔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항해에서 예상치 못한 해빙(海氷)의 변화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올해 아라온호가 탐사한 북극 태평양 측 해역은 바다얼음이 예년보다 넓고 두껍게 형성돼 있었다. 최근 수년간 ‘해빙 감소’가 북극 변화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져 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연구진은 해류와 바람의 영향 등으로 분포가 달라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극 기후변화가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탓에 지난해 설치해둔 수중 관측장비는 일부만 회수할 수 있었다. 해저 동토층 지구물리 탐사 역시 원래 계획했던 지역이 얼음에 막혀 다른 해역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뜻밖의 성과도 있었다. 홍종국 박사 연구팀이 동토층 발달이 예상되지 않았던 곳에서 지형 변화 흔적과 함께 얼음층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아라온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6년째 북극해 탐사를 이어갔다. 연구진은 55개 지점에서 종합 해양 조사를 실시하고, 해빙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소음까지 기록했다. 특히 최근 북극의 단기적 변화를 단순히 ‘감소’나 ‘증가’로 설명할 수 없음을 이번에도 확인했다.
위성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북극해 해빙 면적은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했으나 여름 들어 해역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태평양 쪽은 해빙이 더디게 줄어든 반면, 대서양 쪽은 최소 면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변화는 또 있었다. 아라온호가 2022년에 처음 기록했던 북극의 ‘비’가 올해는 더 자주 나타났다. 일부 구역에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기도 했다. 북극에서의 강우는 바다얼음을 더 빠르게 녹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10년 넘게 북극해 탐사에 참여한 양은진 박사는 “지난해에는 위도 80도까지 올라가서야 해빙다운 해빙을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북극해 초입인 위도 70도에서 두꺼운 얼음을 만날 정도로 이례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북극 해빙의 큰 변동성을 보여주는 현장 사례”라며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극지연구소는 이번에 확보한 현장 자료와 원격 관측 자료,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결합해 ‘북극 해빙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새로운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북극항로 개척에 필수적인 안전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북극의 변화를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과학 연구를 통해 최대한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그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무쌍한 북극 연구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북극은 줄곧 ‘얼음이 사라진다’는 뉴스로만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라온호가 보여준 현실은 단순히 줄거나 늘어난다는 도식으로는 담기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북극은 여전히 지구 기후변화의 가장 극적인 실험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