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축제’가 ‘스모그 축제’로...뉴델리 공기 WHO 기준 50배 초과

알자지라 홈페이지 기사 캡처

인도의 수도 뉴델리가 ‘빛의 축제’ 디왈리(Diwali)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도시 전역의 대기질지수(AQI)는 21일 오전 ‘위험(Hazardous)’ 단계로 치솟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50배를 넘었다.

디왈리는 인도의 최대 명절 중 하나로, 악을 물리치고 빛으로 어둠을 몰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터뜨린 폭죽 수천만 발이 도심의 하늘을 회색 연기로 뒤덮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AQI가 442를 기록한 지역도 있었으며, 이는 호흡기 질환자와 노약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도 위험한 수준이다.

뉴델리 시민 마하이 샤르마(32)는 “아침에 창문을 열자마자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했다. 마스크를 써도 냄새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비상대책으로 학교 휴교, 건설 현장 작업 중단, 차량 운행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가을~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의 저기온·무풍 현상, 농촌 지역의 벼 수확 후 소각(이른바 ‘stubble burning’)이 겹쳐 연기가 도시 위에 갇혔다”고 분석했다. 매년 이 시기마다 폭죽과 농업 연소가 결합해 대기 질이 악화되는 ‘디왈리 스모그’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델리 정부는 몇 년째 폭죽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실제 단속은 미비하다. 불법 폭죽이 온라인과 비공식 시장에서 쉽게 거래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Centre for Science and Environment’(CSE)는 “당국이 단기적 대책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교통체계 개편, 산업 배출 규제, 농촌 소각 금지와 같은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도 보건당국은 지난주부터 병원 응급실의 호흡기 질환·천식 환자 수가 평소보다 30~40% 늘었다고 밝혔다.

환경 전문가 프라카시 차터지(Prakash Chatterjee)는 “디왈리는 본래 깨끗한 빛의 상징이지만, 이제는 오염과 질병을 부르는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