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그물은 계속 물고기를 잡는다…‘유령어업’ 연 4259억원 피해
주인이 버린 그물도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잡는다. 조업이 끝난 뒤 바다에 남은 그물과 통발이 수산생물을 계속 붙잡는 ‘유령어업’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수산자원의 피해액이 최근 5년간 연평균 425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폐어구는 선박 추진기에 감겨 운항을 방해하는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령어업 피해 추정액은 2021년 4150억원에서 2025년 4566억원으로 416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약 10%다. 유령어업으로 인한 손실은 연간 어업생산량의 약 10%로 추정된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어업 활동에서 나온다. 최근 5년간 해상기인 해양폐기물은 연평균 5만6009톤으로, 이 가운데 어선어업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4만2988톤이었다. 전체의 76.7%다. 여기에는 그물과 통발 등 폐어구가 상당량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해수부가 바다에 유실되거나 가라앉은 폐어구를 수거하는 ‘연근해어장 생산성 개선 지원사업’을 통해 2024년 거둬들인 양은 4292톤이었다. 다만 이는 해당 사업의 실적으로, 국내 전체 폐어구 수거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어선어업 폐기물 발생량 역시 폐어구만 집계한 수치가 아니어서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해 수거율을 계산하기는 어렵다.
바다에 남은 폐어구의 피해는 수산자원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물 위를 떠다니는 그물과 밧줄 등이 선박 추진기에 얽히면 조업과 운항에도 차질을 빚는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자료에 따르면 부유물 감김 사고는 2021년 336건에서 2025년 535건으로 59.2%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약 1.5건꼴로 발생했다. 다만 이 통계는 부유물 감김 사고 전체를 집계한 것으로, 모든 사고의 원인을 폐어구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의원은 “해저에 가라앉은 폐어구는 스스로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유령 그물'이 되어 수산자원을 갉아먹고, 물 위를 떠다니는 폐어구는 매일 어선의 발을 묶는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며 “자원은 자원대로 축나고, 조업 현장은 현장대로 위험해지는 이중 피해가 매일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버려진 걸 걷어내는 수거만으로는 피해를 해결할 수 없다”며 폐어구 발생 원인을 줄이고, 회수한 어구를 재활용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