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탄소, 돌로 굳혔다…KAIST·MIT 해양 탄소 제거 기술 개발

연구 내용을 AI로 생성한 이미

바닷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단단한 돌처럼 굳혀 오랫동안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바닷속 탄소가 다시 대기로 빠져나오는 것을 막으면서,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T. 앨런 해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전기화학 기반 해양 탄소 제거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바닷물에서 탄소 빼내면 대기 중 탄소 다시 흡수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다. 바닷물 속 탄소를 제거하면 빈자리를 채우듯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다시 바다로 흡수된다.

연구팀은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탄소 성분인 ‘용존무기탄소’를 탄산칼슘으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했다. 탄산칼슘은 조개껍데기나 석회암을 이루는 안정적인 광물이다.

탄소를 기체 상태로 분리해 보관하는 대신 고체 광물로 만들어 저장하기 때문에 대기 중으로 다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바다가 새로운 이산화탄소를 계속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 기포가 전극 표면을 ‘칫솔처럼’ 청소

기존 해양 탄소 제거 장치는 탄산칼슘과 같은 광물이 전극에 붙어 장치가 막히는 문제가 있었다. 주전자 안쪽에 물때가 쌓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광물이 쌓이면 장치 성능이 떨어지고, 전극을 자주 세척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전력 사용량과 유지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이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이 빈 실 모양의 전극을 이용한 ‘중공사 전극 조립체’를 만들었다. 광물이 전극 표면이 아닌 장치 바깥쪽에서 만들어지도록 구조를 바꾼 것이다.

전기화학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 기포도 전극 표면을 자연스럽게 닦아준다. 연구팀은 수소 기포가 칫솔처럼 작용해 광물이 전극에 달라붙는 것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MIT 화학공학과 T. 앨런 해튼(Alan Hatton) 교수, 박인환 박사과정(KAIST), 이영훈 박사(MIT)
[카이스트]

120시간 연속 가동…전력 사용도 절반가량 줄여

연구팀은 제주 용암해수를 이용해 장치를 시험한 결과, 12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연속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과정에서 바닷물 속 용존무기탄소의 80~90%를 제거했다. 전력 사용량은 기존 기술보다 최대 54% 줄었다.

탄소 제거 과정에서 고순도 수소와 수산화마그네슘도 함께 생산됐다.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 수산화마그네슘은 친환경 소재와 산업용 원료로 사용된다. 탄소 제거뿐 아니라 부산물 판매를 통해 경제성을 높일 가능성도 확인한 셈이다.

장치는 크기가 작고 여러 개를 연결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로 제작할 수 있다.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 바다 위 시설에 설치하거나, 처리 용량에 맞춰 장치 규모를 확대하기도 쉽다.

고동연 교수는 “이번 기술은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로 나오지 않는 돌(광물) 형태로 바꿔 영구 저장함으로써 바다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돕는 기술”이라며 “해양 탄소 제거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박인환 박사과정과 MIT 이영훈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 온라인판에 지난 6월 19일 게재됐다.

연구는 현대자동차·기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추진된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C.L.E.A.N.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