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숨은 방패”…수중방파제가 해안 침식 막는다

제주도 해안의 방파제
[픽사베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이희승)이 수중방파제가 연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구조물의 기능을 넘어, 연안 침식을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해안선을 보전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NHWAVE로 파도의 모든 과정을 재현

연구에 사용된 NHWAVE(Non-Hydrostatic Wave Model)는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개발한 3차원 수치모형으로, 파도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전 과정을 정밀하게 모사한다. 일반 모델이 수면 높이만 단순 계산하는 데 비해, NHWAVE는 파도의 전파, 쇄파, 해안선과의 상호작용까지 분석할 수 있다. 지진해일과 연안침식 예측에도 널리 쓰이는 국제 표준 모델이다.

연구 결과, 세 가지 핵심 발견

노민 박사 연구팀은 이 모형을 활용해 수중방파제 설치 조건에 따른 파랑과 해안선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수중방파제가 연안 환경에 미치는 주요 효과를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얕을수록 파도 낮춘다
방파제가 수면 가까이에 설치될수록 입사 파도가 강하게 부서지며 파고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특히 파도의 주기가 길 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얕은 수중방파제가 해수욕장 모래 유실이나 시설물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해안 가까울수록 2차 피해 줄어
수중방파제가 해안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방파제 뒤쪽에서 파도가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해안 가까이에 설치했을 때는 이러한 ‘역류 현상’이 크게 완화됐다. 즉, 방파제 위치를 해안선과 얼마나 가깝게 두느냐가 침수 피해 경감에 결정적이라는 의미다.

소용돌이와 제트류가 모래 움직임 좌우
수중방파제 양 끝단에서는 회전 흐름(소용돌이), 중앙부에서는 강한 제트류가 형성됐다. 이 흐름 패턴이 방파제 뒤쪽 해안선의 침식과 퇴적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파고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모래의 이동 경로까지 바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리실험동 모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안 관리 정책에 새 근거 제공

이번 연구는 연안 공간 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수중방파제의 최적 설계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앞으로 유사이동 수치모형과 결합해 실제 지형 변화까지 예측하고, 대규모 수리실험을 통해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연안 재해 대응 역량을 높이고, 환경 친화적 공간 조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연안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수중방파제 성능 조사와 후속 연구를 이어가 안전한 연안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