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기후위기를 배우고, 교실은 전기를 낭비한다
기후위기를 배우는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공간이다. 교실이다.
에어컨과 난방기, 전자칠판과 컴퓨터가 하루 종일 돌아가지만, 이 에너지가 어디서 오고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는 수업 밖 이야기로 남아 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펴낸 ‘지역기후백서’는 학교를 “미래세대를 키우는 작은 공동체이자 기후행동의 출발점”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실의 학교는 여전히 ‘가르치지만 실천하지 않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 교과서에서는 기후위기를 배우지만, 학교 운영 방식 자체는 에너지 낭비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오래된 학교일수록 더 심각하다. 단열 성능이 낮고 냉난방 효율이 떨어지는 노후 학교에서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다.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수록 교육활동에 쓰일 예산은 줄어든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학교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기후위기가 교육 재정을 잠식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백서는 이를 단순한 시설 문제가 아니라 ‘교육 불평등’으로 본다. 신축 학교는 고효율 설비와 태양광 설비를 갖추지만, 오래된 학교의 학생들은 같은 교육을 받으면서도 더 덥고 더 추운 교실에서 생활한다. 기후위기가 학교 간 격차를 키우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탄소중립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탄소중립은 환경 수업 한 시간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가 쓰는 에너지, 학생들이 누르는 스위치, 교실의 전력 사용량을 ‘배움의 재료’로 바꾸는 일이다.
백서에 따르면 교실에서 에어컨은 시간당 약 1,100와트(W), 전자칠판은 평균 385와트를 소비한다. 이 수치는 학생들에게 “기후위기는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학교에서는 태양광 설비 도입과 함께 전력 사용량을 공개하고, 교실별 에너지 절감 활동을 수업과 연계하고 있다. 학생들은 전기를 아끼는 행동이 ‘참는 일’이 아니라 학교 운영비를 줄이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선택이라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이 도덕이 아니라 생활의 문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여전히 일부에 그친다. 백서는 현재 학교의 탄소중립 실천이 대부분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점을 구조적 한계로 짚는다. 설비 안전과 관리 책임 부담 탓에 태양광 설치나 에너지 전환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기후위기 대응이 ‘누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 앞에서 멈춰 서는 것이다.
이에 백서는 교육청 차원의 ‘학교 탄소중립 전담 조직’ 설치를 제안한다. 설비 개선과 에너지 관리, 교육을 함께 책임지는 구조 없이는 학교 현장이 안정적으로 변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탄소중립을 개별 학교의 선택이 아니라 공교육의 기본 조건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탄소중립교육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학교가 바뀌면 지역도 바뀐다. 학교는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공공시설이자, 가장 강력한 학습 공간이다. 백서는 탄소중립학교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동시에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기후 대응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는 이미 교실 안으로 들어와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학교는 여전히 기후위기를 ‘가르치기만 하는 곳’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첫 번째 현장이 될 것인가.